공사, 끝나기 전에는 끝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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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끝나기 전에는 끝난 것이 아니다.

엄경숙 0 961 0 0
공사, 끝나기 전에는 끝난 것이 아니다.
집 주인이 살기 편하게, 동네 주민이 불편하지 않게


글. 단장 김영광



2주일 전부터 준비했다.
짧은 시간에 의뢰인의 요청사항들을 완료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2개소에서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다.
한 팀은 고아읍에서 콘크리트 철거작업을, 다른 한 팀은 해평면에 도배, 도색, 가설 건축물, 전기 작업을 요청받았다.

토요일 오후부터 비 소식이 있어 시작 전부터 걱정을 많이 했다.
예정대로 진행할지 연기할지 고민이 많았지만 기다리고 있는 의뢰인을 생각하며 다소 어려움이 있더라도 강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토요일 아침 새벽 5시.
간밤에 날씨 걱정이 많아서였을까? 평소 같으면 늦잠을 자고도 남을 토요일 새벽시간 저절로 눈이 뜨여 창가로 가서 하늘 상태부터 파악한다.
흐린 날씨 다행스럽게 금방 쏟아지진 않을 것 같다. 오전만 참아 준다면 오늘 일정엔 무리가 없을 것 같다. 마음 한켠에 비가 내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지만 가뭄에 고통 받는 농민들 생각에 그 바람이 죄스러워진다.

“오셨습니까? 반갑습니다.” “아이구 바쁘실 텐데. 고맙습니다.”
회사 정문 7시 50분, 도착하시는 회원마다 반가운 인사가 이어진다.
한사람의 지각생도 없이 약속시간에 도착했고 정해진 목적지로 출발했다.
고아에는 일곱 분, 해평에는 열 두 분.
고아는 콘크리트 철거 작업이고, 야간 근무를 마치고 바로 합류한 회원들이 있어 안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나머지 회원들과 함께 해평에 도착.
우리가 동네에 들어서면 언제나 그렇듯 이웃 주민들이 몰려와 무슨 일인지 물어보신다. 인사를 하고 작업과 차량주차로 인한 불편에 대한 양해를 구한다.
작업이 시작되면 팀 편성의 의미는 사라진다. 각자 본인의 재능에 기초해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작업에 투입되고, 여전히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한다. 가끔씩, 아니 자주 회사 업무도 이렇게 적극적으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혼자 피식 웃는다.

오전에 작업을 마무리하려고 하다 보면 작은 공간 안에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투입되고, 여러 가지 작업이 동시에 정신없이 돌아간다.
쉬지 않고 돌아가는 커팅기 소리, 작업에 방해된다고 오가는 사람에게 늘어놓는 장난스런 사장님들 불평소리
“‘5cm 더 밀어. 당겨.”
기계음과 사람냄새가 현장을 채운다. 파이프 자르는 소리에 귀가 멍해지지만 더운 방안에서는 도배팀이, 건물벽에는 도색팀이 페인트를 그려낸다. 그리고 건축물팀의 커팅과 용접 작업이 계속된다.
나는 전기팀이다. 이번에는 전기 담당 회원들이 바쁘신 분들이 많아 두 사람밖에 없다.
장비 벨트를 매고 보니 무게가 느껴진다. 국가자격증을 취득한 지 20년이 훌쩍 넘었지만 오랜만에 실무작업을 해본다.
손에 익지 않지만 교과서적인 작업을 한다. 케이블 연결도, 테이핑도 원칙대로 열심히 묶고 감는다. 열심히 하지만 왠지 오늘 해평팀 소장 역할을 하시는 장사장님 눈빛이 신경 쓰인다.

11시가 넘어설 쯤 도배를 제외한 나머지 작업들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어 간다. 도배 작업을 점검하러 방안으로 들어갔다. 늘 고생 많은 도배팀이지만 오늘 유난히 실내가 덥게 느껴진다. 언제나 묵묵히 일하는 도배팀 회원님들이 고맙다.

12시다. 인근에 있는 식당으로 향한다. 오늘 총무님이 준비한 메뉴는 추어탕과 선짓국이란다. 사실 오늘 아침도 먹지 못하고 나와서인지 한참 전부터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지만 커팅기 소리에 묻히고, 공사한다고 잠깐 잊고 있었나 보다. 정신없이 밥알 한 톨까지 해치우고 다시 공사 마무리에 나선다.

항상 가장 어려운 일이 마무리 작업인 것 같다. 가재도구를 정리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원상회복, 서두르다가 사전에 사진촬영을 못했다. 위치 파악이 어렵다. 기억을 모아 하나 둘 정리하다가 모를 때는 주인 어르신께 여쭙고 정리한다. 방바닥을 닦고 마당을 쓸어 공사흔적을 말끔히 지운다.  

마지막 회원 단체 사진 촬영을 하고 나서 주인 어르신을 모신다. 끊임없이 감사하다는 말씀, 너무 기쁘다고 하시는 말씀이 또다시 숨죽이고 있는 감성을 자극한다. 오히려 주인 어르신이 고마워하시는 말씀의 수십 수백배 기쁨과 보람이 밀려온다.

공사하는 동안 하늘도 잠시 참아주어 고맙다. 오늘은 날씨 때문에 체육대회를 다음으로 미루었다. 야간근무 마치고 합류해 주신 단원분들, 멀리 대구에서 오신 분, 생업을 잠시 미루고 함께 해주신 사장님들, 그리고 특별히 아빠손 잡고 함께 한 김근수 회원 공주님(딸), 모두 감사하다.

다른 분들은 아니겠지만 나 스스로는 멋있고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지는 못한 것 같다. 그러나 오늘과 같은 작은 나눔의 실천이 먼 후일 한번쯤은 미소 지을 수 있는 시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

토요일 한나절 그렇게 감사와 기쁨의 시간으로 오늘 하루도 헛된 시간이 아니었음을 스스로 다독이며 하루를 마무리 한다. KEC AMCO 재능기부단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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